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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고, 이집트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유적인 기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스핑크스 너머로 보이는 것이 기자 피라미드의 3개 피라미드 중 카프레 왕의 피라미드이다. 높이는 143미터에 달하는데
사진만 봐서는 별로 체감하기가 어렵다.
늘 사진으로만 보았을 땐 그 크기가 실감이 안되었지만, 실제로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와, 무지막지하게 크구만."
일주일에 꼴랑 하루 쉬는 금요일(주-이슬람 국가는 금요일이 공휴일임)엔 아침 일찍 골프 치고, 끝나고는 한국식당 가서 소주에 삼겹살로 배채우고는 숙소에 돌아가 밀린 한국 드라마나 보며 지내기를 어언 1년쯤 반복하고 있을 무렵인 2017년 4월 7일,
젊은 후배 몇이 피라미드 관광을 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골프 대신 피라미드 관광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숙소가 두 곳으로 나눠어져 있어, 피라미드 매표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각자 숙소에서 우버를 불러 타고 출발.
40여분을 달려 기자 피라미드의 입장권을 파는 매표소에 도착한 후 다른 숙소에서 출발한 일행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본인들도 이미 도착을 했단다. 낯선 동양인 무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니하오", "곤니찌와"라고 인사하는 이집션 인파들 사이를 뚫어져라 둘러봤지만, 우리 일행 말고는 모두 이집션들이다.
다시 일행들에게 전화를 걸어 주변의 지형지물을 물어보니, 우리 일행이 있는 곳과는 다른 곳에 있다는 촉이 쏴아 밀려온다. 부랴부랴 구글지도를 켜 검색을 했더니..아뿔싸! 입구가 두개였던 것. 우리는 동쪽 입구(아래 지도 파란 원), 저쪽 일행은 북쪽 입구(아래 지도 빨간 원)에 도착해 서로를 애타고 찾고 있던 것이었다. 순간 당황했던 마음을 진정하고, 그럼 각각 입장해 가장 큰 피라미드 (쿠푸 왕의 피라미드)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무작정 출발했다.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파 속을 뚫고 어찌 어찌 입장권을 끊었다. 몇 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입장권이 40이집션 파운드 였던 것 같다. (외국인 기준) 이제 막 4월이 되었지만, 벌써 한낮 기온이 40도 가까이 올라가고, 그늘이라고는 개미 발톱만큼도 찾을 수 없는 황무지를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저 멀리 커다란 돌덩어린지 피라미드인지가 신기루마냥 어른거리고 있지만, 당췌 걸어도 걸어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정수리에 강스파이크 마냥 내려 꽂히는 사막의 직사광선에 허덕대며 걷는데, 입장하기가 무섭게 잡상인 아닌 척 하지만 잡상인인 게 너무도 티가 나는 잡상인들이 소똥에 꼬이는 파리떼 마냥 달려든다.
이미 후배 한 녀석은 잡상인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강매당한 터번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입구부터 따라 붙은 날티 잔뜩 나는 이집션 청년이 끈질기게 구애를 하는 중이다. "내가 왜 말을 받아줬지..'하는 후회는 이미 늦었다. 황소 궁둥이의 눌러붙은 똥딱지에 집요하게 달려드는 파리 같은 그 녀석에게서 나는 이제 그만 해방되고 싶었다. 어찌저찌 100파운드에 그 녀석을 돌려보낸 내 손 위에도 후배녀석과 똑같은 모습의 허접한 천쪼가리가 들려 있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고달팠던 황무지 언덕길을 오르고 또 오르니 어느새 커다란 돌덩이가 눈 앞에 다가와 있다. 다른 쪽에서 출발한 일행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이미 자기들도 도착했단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피라미드는 4각뿔 형태이니 저 쪽 다른 모서리 어디엔가 있으리라.
순례자마냥 또다시 일행을 찾아 피라미드 주변을 돈다.
밑변이 대략 200미터는 됨직하다. 결국은 일행들과 감격의 상봉을 하고, 오면서 겪은 잡상인 얘기를 무용담처럼 잠시 늘어놓다가 기념사진 몇장을 찍는다. 다들 오는 길이 고난스러웠던지 말수가 별로 없다. 잠시 피라미드의 그늘에 앉아 쉬다가, 이 곳을 뜨기로 하고 또다시 터덜터덜 걷는다.
손에 든 터번쪼가리가 '나 이미 털렸다'라고 말해주는 듯, 내려 오는 길엔 다행히 잡상인이 들러붙지 않는다. 나름 그들 만의 상도덕인가 보다. "한 번 털린 사람은 다시 털지 않는다"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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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관광 Tip
1. 친절하게 말거는 이집션은 100% 잡상인이므로 절대로 말을 섞지 않도록 한다. 일단 말을 받아주기 시작하면, 상당히 귀찮아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소중한 달러와 맞바꾼 허접한 기념품을 손에 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여행에 들뜬 기분을 잠시 억누르고, 돌부처처럼 냉정해 지길 바란다.
2. 피라미드를 비롯한 관광지에서 낙타 타는 것은 자유지만, 낙타와의 접촉을 통한 메르스 감염의 위험도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낙타의 등 높이가 상당히 높아서, 낙타가 주저 앉지 않는 이상은 절대 내려올 수 없는데, 이를 악용해 추가 비용을 요구하며 안내려주는 낙타 주인도 많으니, 아예 안타는게 상책이다.
3. 제복을 입고 있는 관광 경찰이나, 피라미드 관리 직원들도 잡상인과 다를 바 없다.(아니 오히려 더 나쁜 놈들이다.) 길 물어보면 돈달라고 하고, 사진 찍어준다고 하고 돈달라고 하고, 친절하게 철문 하나 열어주더니 돈달라고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돈달라는 놈 투성이니, 공무원은 안그러겠지 하는 순수한 마음은 버리고, 아예 눈길도 주지 말것.
4. 추가 비용을 내면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다. 하지만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안에 특별히 볼 것도 없고 퀴퀴한 냄새 맡으면서 구부정한 자세로 한참을 걸어가야한다.
5. 이집트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우버앱은 필수. 우버가 매우 활성화 되어 있어 저렴한 가격에 목적지까지 이동이 가능하고, 기사와 의사 소통이 안되어도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기사가 영어를 못해도 기사에게 GPS라고 말하면 우버 지도상의 경로로 가라는 뜻으로 잘 알아먹는다.) 다만, 안전밸트는 꼭 하길 바란다. 간혹 경찰이 단속을 하기도하거니와, 이집션들은 운전대만 잡으면 매우 전투적으로 돌변하기 때문에 그렇다. 앞자리 조수석에는 안전밸트가 멀쩡히 달려있지만, 뒷좌석은 밸트가 아예 없거나 밸트를 채울 버클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니 참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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