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이라고 하면 당연히 냉장된 생삼겹살이 떠오르겠지만,
내 어린 시절엔 정육점에 가면 냉동고에서 꺼낸 꽝꽝 얼린 덩어리를 기계로 썰어주는 냉동삼겹살이 삼겹살의 전부였다. 냉장 유통 시설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하고, 돼지고기 소비량이 지금보다는 현저히 적었을 시절이니 도축한 고기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딱딱하게 얼어 있는 삼겹살을 은박지를 깐 불판위에 올려 바짝 구워서, 노란 참기름에 살짝 찍어 먹는 로스구이는 아직도 그 고소한 맛이 기억에 생생하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던 대학시절, 신촌 골목 어디든 대패 삼겹살을 파는 집들이 있었다. 육절기에 얇게 썰려 돌돌 말린 모습이 대팻밥같이 생겨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차돌박이만큼 얇은 대패삼겹살을 은박지 깔린 불판위에 올리자마자 치익 소리와 함께 지글지글 익기 시작한다. 동기들과 잡담하다 잠시 고기 뒤집는 타이밍을 놓치는 족족 고기가 까맣게 타버리곤 한다. 돌돌 말린 대패 삼겹살이 수북히 쌓인 접시가 주는 시각적 만족은 덤이고, 얇은 지갑의 청춘들이 그나마 양껏 배를 채울 수 있던 메뉴였으니, 그 시절 학교 앞 대패삼겹살 집은 언제나 배고픈 청춘들로 북적였다.
꽁꽁 언 삼겹살을 은박지를 깔고 불판에 구워 먹던 그 맛이 그리웠는데, 몇 년 전부터 냉동삼겹살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괜시리 반가웠다. 생삼겹살을 매장에서 다시 냉동해 냉동삼겹살로 판매하는 식당도 있다고 하니 유행 뿐만 아니라 입맛도 돌고 도는가 보다.
회사 근처라 평소에 자주 가는 냉동삼겹살 맛집 #대독장 을 소개한다. 신라스테이에서 조계사 가는 길목 건물 2층에 있다.
원래는 김치찌개가 주력인 프렌차이즈 식당인데 이 집은 냉동삼겹살과 LA소갈비도 판다.
메뉴는 아래 사진을 참조.
냉동삼겹살 1인분이 9900원이었는데 얼마전 가격이 인상됐다. 그래도 싸긴 하다.
삼겹살을 올리고 기름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김치와 감자 슬라이스를 얹어 함께 구워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감자 슬라이스는 항상 주는건 아니고 어쩌다 주신다.
사람이 많이 붐비지는 않아서 조촐히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기엔 딱 좋다.
사장님과 직원들도 친절하다.
그리고 셀프로 달걀후라이도 해먹을 수 있다.
삼겹살로 달리다 느끼하면 김치찌개로 입가심 삼아 몇잔 더 하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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